Page 51 - 월간 통도 2021년 1월호 (Vol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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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캐나다 나이아가라폭포에서 토론토로 가는 강변의 예쁘고
우아한 집이 많은 부자마을을 지날 때 체리나무 과수원 앞 도로변에
겨우 4~5명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교회를 구경한 적이 있다. 기네스
북에 오르고 결혼식을 하기 위하여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오는 작은
교회가 가지는 경건함을 느낀 적이 있다.
조상들의 믿음과 소원 성취의 기도가 계곡물처럼 흐르는 가람각은
새로운 감동이다. 본사 주지 스님이 새로 부임하면 가람각에 예를 올
린다. 섣달그믐날 자시(子時, 밤 11시부터 오전 1시)부터 친히 향과 초, 꽃
을 올리며 지난해의 무사 안녕에 감사드리고, 새로운 해를 잘 보낼 수
있도록 가람신께 축원한다. 비록 전각은 작고 눈길이 잘 미치지 않는
곳에 있지만, 가람각은 통도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북
소리, 종소리가 새벽과 저녁을 울리며 담 밖에는 수백 년 고목의 느티
나무가 호위하고 통도천 계곡물이 법문을 들려주는 풍경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오늘도 통도사 가람각에는 불자들이 끊임없이 오고 간다. 겨우 두
사람이 들어가면 가득한 공간이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요한 코
로나 시절엔 평소보다 더 기다려야만 자기만의 공간이 주어진다. 내
차례를 기다려 가람신께 소원을 빌고 천왕문을 나왔다. 낙엽 진 월영
교 다리 위에서 계곡에 쌓인 낙엽을 보았다. 계곡물에 떨어진 낙엽은
한 폭의 수채화가 되어 일렁거린다. 사람들의 기원도 한 폭의 아름다
운 그림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
정영자 님은
통영 출신 문학평론가로 1980년 <현대문학> 평론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했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했으며 신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라대학교 사회교육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여성문학인협회 명예 이사장이며 통도사 영축문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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