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월간 통도 2021년 1월호 (Vol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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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에서 고통받고 있다. 앞의 두 번의 위기와는 비교                         던 시절, 로마 총독 빌라도에 의해 예수 그리스도가

          할 수 없이 전방위적이고 빠른 속도로. 그리고 그 확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당한 후, 그 가르침을 전하러
          산의 계기로는 역시나 개신교가 지목되고 있다.                            제국의 심장인 로마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베드로

           종교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이 믿음을 증명하는 방                          가 겪은 일화에서 비롯된 물음이다.
          법이라고 믿는 듯 모여서 먹고, 자고, 노래하는 동안                         박해를 피해 로마를 떠나려던 베드로가 자신이 지

          자신들만 위험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세상                           나온 길을 향해 가고 있는 예수를 만나 “주여, 어디

          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과연 예수 그리스도의 가                          로 가십니까?(Quo vadis, Domine?)”라고 묻자, “십자가
          르침이었겠는가?                                             에 다시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는 예수의 대답에서

           절집에 성탄 축하 현수막이 걸리는 게 뉴스가 되                          깨달음을 얻은 베드로는 발길을 돌려 로마로 되돌

          던 때도 오래전 일이고, 많은 불제자들이 믿음의 경                         아갔고, 바로 순교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계를 넘어 서로에게 크리스마스 인사를 건네고 선                            법적인 아버지가 아닌 성령으로 잉태되었다는 예

          물을 전하고 마음도 나눈다. 그러니 세밑 크리스마                          수 그리스도는 권력자의 학살 위협에 살던 곳 베들

          스 시즌에 딱 맞는 영화를 하나 짚어 보기로 한다.                         레헴을 떠나 타국인 이집트로 피신하던 길에 마굿
                                                               간 말구유에서 태어난 난민이었고, 목수의 아들로

           크리스마스에 얽힌 기독교계의 전승을 따르자면                            자랐으니 노동계급이었으며, 보수기득권자인 율법
          로마의 위협과 헤롯 왕의 폭정 때문에 아버지가 누                          학자들과 맞서 싸우는 개혁운동가였고, 로마 제국

          구인지도 모르는 사생아를 가진 임산부가 정치적으                           주의 권력에 저항하는 혁명가였으며, 가난하고 소

          로 쫓기는 난민이 되어 망명길에서 목수 남편과 하                          외된 이들을 아우르는 공동체를 이끄는 사회운동가
          룻밤 머물 곳도 구하지 못해 겨우 외양간에 들었던                          였다.

          한겨울 밤, 이불 한 자락도 없어 가축들 먹이통인 말                         그런 실천을 따르고자 모인 이들이 만든 종교가 기
          구유에 낳은 아기가 예수 그리스도다. 가장 어렵고,                         독교였고, 유태인의 민족 종교가 아니라 범세계적

          낮고, 서러운 상황에서 태어난 이 아기가 나중에 가                         인 종교로 퍼져 나가게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은 정

          장 귀하고, 정의롭고, 성스러운 존재로 거듭나기까                          치적으로 핍박받는 나라였던 폴란드 소설가 헨리크
          지는 어마어마한 핍박과 배반과 모욕과 고문 끝에                           시엔케비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 고전 영화

          죽음을 겪고 나서였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이 탄                         <쿼바디스>(1951년, 머빈 르로이 감독)에 잘 담겨 있다.

          생과 죽음, 부활을 통해 무엇을 깨우치고 전하는 것                          그리고 한국에서는 2014년 김재한 감독이 오늘날
          일까?                                                  의 ‘쿼바디스’를 화두로 삼아 영화를 만들었다. <트

                                                               루맛쇼>로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비쳐지는 이미지

           ‘쿼바디스’는 네로 황제의 폭정이 극도에 다다르                          에 얼마나 쉽게 현혹되는지, 그리고 그런 대중을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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