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월간 통도 2021년 1월호 (Vol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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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TONGDO 사찰의 상징세계
당시 이런 백성들의 상처를 달래 주었던 곳은
왕실이 아닌 바로 불교였다. 조선 후기 사찰에
서는 전쟁과 질병으로 고통받다가 목숨을 잃은
영혼들을 달래 주기 위해 대규모 천도의식薦度
儀式이 성행하였고, 이를 보여 주는 것이 지금까
지 통도사 개산대재에 맞춰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괘불掛佛과 헌공의식獻供儀式이다. 이후에
도 사람들은 자신이 앓고 있던 몸과 마음의 병 소로 사람들을 반겨 주는 부처님의 진정한 모습
을 치료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찰을 찾았을 것이 인 것이다. 이처럼 통도사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고 불교계 또한 이에 맞추어 사람들이 사찰에 친구같이 편안한 모습의 사자는 조선 후기 백성
조금 더 친근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올 수 있 들을 치유해 주기 위한 사찰의 노력과 부처님의
게끔 노력하였을 것이다. 즉 통도사에서 만나볼 원대한 자비심이 투영되어 있는 대표적인 사례
수 있는 귀엽고 친근한 모습의 사자는 바로 사 라고 할 수 있다.
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달래기 위한 조선 후기 사자는 호랑이처럼 한반도에 서식하는 고유
불교계의 노력이자 친근한 표정과 자비로운 미 종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불교 전래와 함께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왔고 때로는 위엄 있게,
때로는 친근하게 시간과 변화의 흐름에 맞춰 따
뜻한 위로를 해 주며 부처님의 깊은 말씀을 알
려 준 친구 같은 존재이다. 이런 사자는 우리 문
화 속에 깊이 자리를 잡았고 지금까지도 우리들
에게 변함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고 있다. 각박하고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
서 기댈 곳이 없는 요즈음, 통도사의 사자들을
만나 보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여유를 되찾고
따뜻한 미소와 함께 웃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통도사 사자목 5층석탑
김용덕 학예사는
통도사성보박물관에 재직 중이며 불교문화재를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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