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월간 통도 2021년 1월호 (Vol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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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영산전 내부 창방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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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는 부처님의 분신, 혹은 부처님 그 자체를 상                                  친근한 모습의 사자는 조선 후기 불교문화의

       징하는 화신化身이 된 것이다.                                          상황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불교
                                                                 에 있어서 신라와 고려는 상류층인 왕족과 귀족

                                                                 불교, 조선시대는 대중불교로 알려져 있다. 이

         친근한 모습의 사자 : 친근하고 포근한 부처님                               러한 조선시대 불교가 서민과 대중들에게 큰 역
                                                                 할을 하는 것은 바로 조선 후기부터이다. 조선

         이처럼 사자는 부처님을 의미하거나 비유하                                  은 임진왜란(壬辰倭亂, 1592~1598)과 병자호란(丙子
       는 데 자주 언급된다.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에                                胡亂, 1636∼1637)이라는 두 차례의 큰 전쟁을 치르

       서는 부처님을 “모든 사람 중에 가장 뛰어난 능                                게 되고 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으며

       력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이를 사자에 비유해                                 국토는 황폐화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백성들
       ‘인중사자人中獅子’라 하였고, 『화엄경』에는 “부                               은 아픈 상처를 치료하고 보듬어 주며 기댈 수

       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모습은 사자의 크고 위                                 있는 곳이 필요했을 것이다.

       엄 있는 자세이다.”라고 하여 ‘사자분신삼매師子
       奮迅三昧’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앞서 보았

       던 통도사를 포함한 조선시대 사자들에게는 위
       엄보다는 친근함이, 무서움보다는 귀엽고 포근

       한 부분이 더욱 많이 묻어나고 있으며 익살스러

       움마저 감돈다. 경전 속 부처님을 상징한다는
       사자의 위엄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민

       화 속 호랑이를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사자들

       은 왜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일까?                                                              목조실상묘법연화경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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