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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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다면 변하지 아니한다. 변화가 진실한 모습인지 변화하는 것이 변화하지 아니한 것
인지!
물질계에 또한 성成・주住・괴壞・공空이라는 네 가지가 있다. 성겁成劫의 시작은 공겁空劫
이요, 공겁의 끝은 성겁이라, 다시 상세히 설명하면 중생의 업業, 즉 인연의 힘이 무르
익었기 때문에 텅 빈[空] 가운데서 세계를 이루고[成], 만물이 그 곳에 머무르며[住], 또
인연의 힘이 점점 쇠퇴하기 때문에 세계가 무너져[壞] 만물이 또한 하나의 티끌도 없이
마침내 텅 비게[空] 되느니라. 텅빔[空] 또한 업의 힘이 무르익어 이루어지고[成], 무너
지며[壞], 머무르고[住], 다시 텅 비어져서[空] 까마득히 오랜 세월을 끊임없이 변하기
에[漸々數千載] 도리어 변함이 없느니라. 생生・노老・병病・사死도 또한 그러하니, 이와
같이 서로 이어져 끊임 없이 돌고 돌아, 셀 수 없고 끝이 없는 삼세三世에 걸쳐 시작도
끝도 없이[無始無終] 끊임없이 순환함[輪轉]이로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설하신 대승大乘과 소승小乘은 실로 이 업의 힘에 끄달리는 것을 끊
어 내어서 영원토록 변하지 않는[萬劫不變] 항상하는 진리[常道]를 보임에 불과하다.
물질이 있은 후에 분별하여 아는 마음[識心]이 있는 것인가, 분별하여 아는 마음이 있
은 후에 물질이 있는 것인가, 먼저와 나중을 세움에 물질[色]과 마음[心]이라는 두 가지
법이 있다. 또한 업력도 있어야 한다. 도道에는 옛과 지금이 없고 이치[理]에는 통함과
막힘이 없다. 그러나 이 이치라는 법은 끝내 변치 않는 것이다. 이 이치라는 법은 무엇
을 말하는가. 인因과 연緣이 모여 생겨난다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다.
한 송이[一片] 아름다운 연꽃[玉芙蓉]을 들어 바라보라. 그것이 발생하는 종자의 인因
과, 토지와 기후라는 연緣과 근기[機]가 무르익어 미려한 꽃을 피울 뿐. 이 꽃은 곧 결과
[果]이다. 그러나 다시 그 인을 구하고자 할진대 심어 기른 이[植栽者]도 인이오, 호미
[鋤]와 가래[鍬]도 인이 된다. 또 한 걸음을 나아가면 호미와 가래는 대장장이가 없으면
생겨날 수 없고, 대장장이도 금속이 없으면 그것을 얻을 수 없으며, 물과 불이 없으면
그것을 만들 수도 없다. 물과 불 또한 이것을 생겨나게 하는 인연이 없으면 안 되고, 금
속도 또한 이것을 운반하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되며, 발굴하는 갱부도 또한 없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이 갱부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옷[衣]이 없어서는 안 되고, 음식[食]이
없어서는 안 되며, 살 곳[住]이 없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의식주는 자연이 만드는 것이
아니요, 수많은 인연이 모여서 이루어지나니, 이와 같이 거슬러 생각해 볼진대 터럭 한
올 한 물건[一毫一物]이 모두 다 온갖 존재들[萬有]의 인연에 의하여 생겨난 것이다. 서
로 기대고 의지하여 홀로 성립된 것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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