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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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무정하고 혼탁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분명 많을 것입니다. 이만큼이나 어려운 시절이 있었던가 하는 성
토가 무성합니다. 이는 오래된 아우성입니다. 살기 좋은 세상이 어느 시절에 존재했는
지 과거를 살아보지 않은 우리로서는 말하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은 늘 내 안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입니다. 오욕
에 물들어 본래 성품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탐내고 성내는 어리석은 눈으로 세
상을 보면 탐낼 것, 성낼 일, 잘못 아는 일투성이이고, 본래 성품 자리로 돌아가 부처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모든 것이 구족하여 충만하고 귀하고 감사한 일이 가득합니다. 혜
안을 갖추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혜의 눈을 가리고 있는 오욕을 깨달아 하나하나 걷어
내는 일이 신심을 맑히는 수행의 과정이요, 이미 구족한 불성을 깨우는 일입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출발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든 ‘내’가 스스로를 맑혀 불성의 눈
을 뜨면, 연결된 맑은 ‘우리’가 빚어내는 세상은 청정수로 우려 낸 감로다와 같이 향기
로워질 것입니다. 이로써 나를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사바세계는 고해입니다. 어느 시대나 어지러운 세상과 고달픈 삶이 있었습니다. 하지
만 어느 시대에나 고해에 잠기지 않고 맑고 지혜로운 삶의 자세를 견지하는 이들이 있
었습니다. 마음을 맑히고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일은 주어진 조건이 관여하는 일이 아
닙니다. 오로지 내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지혜로운 삶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수행으
로 피워 낸 오분향은 온 법계를 뒤덮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처럼 맑고 향기로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2025년 을사년 한 해 우리들의 아침이 맑은 신심으로 시작되기를, 우리들의 일과가
지극한 정성으로 채워지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쉽고 두려운 마
음 없이 한 줄기 향연으로 온 시방 법계에 회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
으로 삼보님 전에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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