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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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곧 우리들이 온갖 존재들이 있는 현상의 사회를 한계가 있다거나 상대적인 것

               이라 말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 힘으로써 온갖 존재들이 능히 존재하지 못하고 만물

               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능히 그 형상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즉 온갖 존재들에 자성自性
               이 있음을 칭함이라.

               한갓 이 인因과 연緣의 화합이 인연이기 때문에 유有[존재]라고 하며, 자기 성품이 없기
               [無性] 때문에 공空[자성이 텅빔]이라 한다. 아! 유有인가, 공空인가. 유도 아니요, 공도 아

               니다. 유가 아니라 하지만 인연에 의하여 감응이 뚜렷하고, 공이 아니라 하지만 인연을

               벗어난 실체가 있을 수 없다. 『열반경』에 ‘유도 아니고 공도 아니며, 또한 유이기도 하
               고 공이기도 하다(非有非空亦有亦空)’는 것이 진실로 이 이치를 말함이로다. 그러니 인

               연은 다시 인연이 되어 결과[果]를 생겨나게 하고, 결과는 다시 인연이 되기 때문에 이러

               한 온갖 존재들의 인연화합을 투철하게 완미玩味할진댄, 집착하는 마음[想]은 자연히 없
               을 것이다. 이에 망상妄想이 움트지 아니하고 번뇌가 일어나지 못하나니, 능히 다름[差

               別]을 벗어나 평등한 세계에 머무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가 말하는 ‘절대絶對’라

               는 것은 결코 평등과 다름을 구별하여 평등만을 지칭함이 아니요, 진공묘유眞空妙有를 의
               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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