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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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지지 않으면 간혹 점점이 금가루를 뿌                    에서 벌어지는 금가루의 운동이 금종이

               린 것처럼 되었다가 뜬 것이 합쳐지려 하                   에서 금 국화로 변했다가 다시 금실에서
               였다. 그러나 잔에 담으면 금물이 아니고                   금가루로 회귀하는 과정을 명징하게 그

               움켜쥐어도 꽃이 아니지만 담은 것을 엎                    려내고 있다.

               으면 다시 금물이 되고, 움켜쥔 것을 되
               돌려 놓으면 다시 꽃이 되니 그 이치를                    (3) 석굴 뒤쪽 석벽과 앞 평지

               헤아릴 수 없었다.”                              불지 뒤편의 깎아지른 듯 솟은 석벽과 앞

               -오희창, 「불지기」                              쪽의 평평한 공터는 위태로움과 안정감
                                                        을 동시에 주는 장소였다. 쳐다보면 까마

               “다만 물 색깔에 노란색이 떠서 형상이                    득하게 솟은 수직 석벽만 바라보이는 만

               있음을 조금 느낀다. 합치면 금종이가 되                   큼 아래편에서 보면 크게 위압감이 느껴
               고 나뉘면 금 국화가 되며, 가늘디가늘어                   지는 곳이었다.

               서 금실이 되었다가 점점이 흩어져서 금
               가루를 뿌려 놓는 것처럼 된다. 가물면                    “석굴 앞은 매우 편평하고 넓어 가히 사

               노란색이 짙어지고 장마가 들면 문득 옅                    람 백여 명이 앉을 만하였다. 다만 바위

               어진다.”                                    의 형세가 너무 위태롭고 두렵게 억눌러
               -이양오, 「금수해」                              서 마음이 편치 못하였다. 암자가 자리하

                                                        고 있는 곳도 몹시 좁았으나 매우 맑고
               두 인용문은 금수에 뜬 황금빛 색깔에 초                   깨끗하여 신선이 사는 곳 같았다.”

               점을 맞추고 있다. 앞의 글은 물 표면에                   -정시한, 『산중일기』

               펼쳐지는 휘황한 변화를 하나하나 짚으
               면서 그려 내는 솜씨가 탁월할 뿐 아니라                   불지암의 형상

               빛깔의 미묘한 변화를 잘 포착하고 있다.                   불지암은 고려 시대의 기록인 『통도사 사

               그 신비한 현상에 매료된 작자는 손으로                    리가사 사적약록』 중 대둔사의 성전聖殿과
               황금빛 물을 한 움큼 쥐었다가 놓는 실험                   부속 암자를 정리한 「원적산 대둔사」 ‘불

               을 감행한다. 그 결과 그 문양에 대한 작                  지암’에 “석굴에 금수가 사철 항상 떠 있

               은 훼방꾼으로서의 손장난도 그 동작이                     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오희창의 「불지
               끝나는 순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현                    기」(1709)에서는 암자가 실재한다고 하

               상을 보여 주고 있다.                             고, 도영하의 「유통도사기」(1710)에서는
               뒤의 글은 묘사가 짧기는 하지만, 물 위                   암자가 없어졌다고 한 것으로 보아 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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