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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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인생을 조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한계가 있음과 한계가 없음, 신과 인간, 부처
와 중생, 평등과 다름, 지식智識과 정감情感, 토구討究와 신앙信仰, 이론과 실제를 조화해야
만 비로소 미혹[迷]을 바꾸어[轉] 깨달음[悟]을 여나니[開], 이 전미개오轉迷開悟가 곧 종교
불교의 진수眞髓 ② 의 목적이다. 그러나 세계의 갖가지 종교들은 이 조화하는 방법을 알아서 펼치지 못한
다. 오직 불교만이 이를 조화하여 능히 미혹함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는 목적을 달
원문 | 박병호 윤문 | 최은영(도서출판 통도 디렉터) 성할 수 있을 것이다.
2. 불교의 목적
여행하는 사람에게 묻기를 “어디에서 오는가.” 그가 말하기를 “알지 못한다.”라고 하
면 그 어리석음[愚]을 우습다 할 것이고,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묻기를 “앉은 자리는 어
디인가.” 그가 말하기를 “알지 못한다.”라고 하면 그 어리석음[痴]을 또한 우습다 할 것
이다. 그러나 한 걸음 나아가 다시 묻되 “그대는 어디로부터 몸을 받아 났으며[稟受] 또
인생이란 무엇이냐.” 하면, 명백히 응답할 자가 천만 명 가운데 십여 명에 불과할 것이
니 이 어찌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 아니리오.
땅강아지와 개미[螻蟻]도 제 사는 곳을 알고 제비와 기러기[燕雁]도 왕래하는 처소를
알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靈]임을 자부하는 우리 인류가 어찌 그 몸이 온 곳을 모르
는 것이 옳을까. 우리가 불교라 하는 문제를 해석하고자 할진대, 첫째로 내가 어디에서
왔느냐 하는 문제를 먼저 철저히 조사하여 밝혀야[査究]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는 미혹한 자가 될 뿐이라 하노라.
앞 장에서 얘기한 실과 같은 미혹에 매여 있는 우리 존재들[縷迷]과 같이, 우주는 평등
과 다름이라는 두 가지로부터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평등한 진여의 법성은 숨어서
나타나지 아니한다.
한갓 내가 보고자 하는 곳[所睹處]으로서의 우주는 모두 다름의 현상 세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다름의 현상을 바라보라. 산하대지와 초목금수 가운데 어떤 것들이 활동이 없
으며 변화가 없는가. 저 물이 흐르고 산이 마르며, 바람이 불고 번개가 치며, 꽃이 피고
잎이 지며, 기러기가 오고 제비는 돌아가는 이 변천하는 활동은 한 순간이라도 항상 머
물러 변화하지 않을[常住不變] 수가 없다. 인생도 또한 이와 같으니 영화로운 것[榮]은
시들고[枯] 시든 것은 다시 영화로운 것이 되며, 성한 것은 쇠하고 쇠한 것은 성하며,
작은 것은 자라고 어린 것은 늙으며, 한 시각도 그대로인 모습[定相]이 없다. 그러나 이
변하지 않는 모습이 없는 만물은 항상 변화하여 그칠 때가 없지만, 변화가 없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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