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월간 통도 2021년 1월호 (Vol 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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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목사들은 그분을 알아보게 될까? 그분은 그 서 기독교의 정신을 돌아보고, 진정한 신앙인의 자
런 교회를 자신의 성전으로 인정하고 거기 깃드실 세와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
수 있을까? 신도들은 궁전 같은 규모와 장식을 한 탄의 의미가 될 것이다. 병든 이들을 낫게 하는 주술
교회 건축에 역사하는 재물이 아니라 보물을 하늘 적 기적을 일으킬 수 있는 교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 쌓아 두라는 가르침을 따를 수 있을 것인가? 그 교회가 이웃을 병들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그 교회를 믿는 이들도 병으로부터 안전한 것이다.
<쿼바디스> 첫 장면은 서초동에 새로 들어선 초대 전염병이 창궐하면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나이 많
형 교회인 사랑의 교회 신축 문제로 시작해서 여의 고, 이미 병이 있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대중
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의 탈세 · 배임 문제, 삼 들이 개신교에 등을 돌리는 것은 종교적 박해가 아
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성범죄 문제 등을 실제 자료 니라 불의에 대해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
화면과 인터뷰를 통해 조목조목 파헤진다. 그리고 꾸만 교회 모임을 통해 병이 퍼져 나가고, 그런 자
거의 대부분의 대형 교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담 신들의 행태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빌려 정
임직 세습과 전별금 문제 등까지 짚어 낸다. 당화하려는 곳에 신이 깃들어 축복을 내릴 리가
그러다 보니 기독교계는 ‘한국교회언론회’를 통해 없을 것이다. 성탄을 축하할 자격은 먼저 이웃을
영화를 상영하려는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조직적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주어지는 것
으로 공문을 보내 <쿼바디스>의 상영을 중단하라고 이다. 그러니 그런 교회를 향해 ‘주여, 어디로 가
압력을 행사하면서 더 큰 힘을 보여 주기 위해서 교 십니까?’라고 묻고 또 묻는다.
계의 ‘조직적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쿼바디스> 부디 이 겨울, 한 해 내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는 이미 개봉 전 후원자를 위한 순회 상영회나 언론 서로의 안부를 직접 만나 묻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
시사회 때부터 시사회 장소로 예정되었던 멀티플렉 신의 종교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지키며 행사를 자
스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 때문에 갑자기 장소와 시 제해 온 모든 이들과 더불어 어딘가의 말구유에서
간을 바꿔야 했다. 그리고 개봉 직전에는 영화에서 태어난 가장 어렵고 가난한 아기와 그 아기를 낳은
문제를 지적받은 교회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교 가족들이 안전하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한국 교회
회가 ‘설교영상 무단 사용과 이미지 훼손’을 이 가 성찰과 변화로 거듭나는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유로 영화의 일부분 삭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 이루어지기를.
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쿼바디스>는 멀 이안 영화평론가는
티플렉스가 아닌 예술영화관을 중심으로 10여 개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영화연출과 편집, 영상
문화이론을 공부했다. 문화일보, KBS, YTN, 미디어오늘 등 다양한 매체에 영
개봉관을 확보해 겨우 개봉했다. 화 평론 및 대중문화와 미디어에 관한 칼럼을 게재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성
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영화인으로서의 활발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기독교가 ‘개독’이라는 비아냥거리가 되는 세태에 춘천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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