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4월호 (Vol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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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사 비문」, 월하 스님이 1993년에 쓴 「성암당性庵堂 대선사 비문」, 일타(日
陀, 1929-1999) 스님이 쓴 「고경 법전古鏡法典 대종사 비문」, 전 건국대 이영
무(李英茂, 1921-1999) 교수가 1983년에 쓴 「경봉 대종사 비문」, 전 동국
대 서돈각(徐燉珏, 1920-2004) 총장이 쓴 「벽안당碧眼堂 법인法印 대종사 비
문」(1988년 비 건립), 월운(月雲, 1928-2023) 스님이 2002년에 쓴 「동고
당東皐堂 문성汶星 대종사 비문」, 각성覺性 스님이 2004년에 쓴 「노천당老天堂 월
하月下 대종사 비문」, 상우祥牛 스님이 1994년에 쓴 「설암당雪巖堂 대종사 비
문」, 덕민德旻 스님이 2018년에 쓴 「경하당鏡河堂 대선사 비문」, 상우 스님이
2004년에 쓴 「청하당淸霞堂 대율사 비문」, 지관(智冠, 1932-2012) 스님이
쓴 「운조당雲照堂 홍법弘法 대선사 비문」(1994년 비 건립) 등 주옥같은 비문들
이 즐비하다.
비문들을 통해 통도사의 근현대를 슬기롭게 이끌었던 스님들의 생애와 가
르침을 파악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통도사에서 중
요한 역할을 했던 성해 남거(聖海南巨, 1854-1927) 스님의 행장도 비문에
자세하다. 39세에 승통僧統을, 51세에 총섭總攝을 맡아 근세 통도사에 새바람
을 일으켰던 성해 스님은 두 가지를 강조했다. ‘사찰 수호’와 ‘수좌 외호外護’
가 그것이다. 스님은 항상 다음과 같이 말했다. “수좌는 사람의 속눈썹과도
같다. 속눈썹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속눈썹은 아주 요
긴한 것이다. 속눈썹이 없으면 먼지가 눈에 들어가 눈병이 생겨 온전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수좌가 없으면 부처님의 지혜로운 가르침의 등불
이 단절되고 원만한 교단을 이룰 수 없다. 선의 가르침을 탐구하지 않는 스
님들은 운수납자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도리에 맞다.”
비문은 느긋한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문학, 역사, 철학이 복합적으로 응축
된 글이다. 압축된 구절이 많고 고사와 성어도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제
한된 빗돌에 새겨야 하기 때문이다. 용어와 어구도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
다. 글자 밖의 의미를 살피고 행간에 묻혀있는 암시를 찾아야 한다. 비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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