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4월호 (Vol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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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처럼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글은
물론 아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비림에 들어가 차분하게 비문을 읽다 보면
통도사에 관한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구하(1872-1965) 스님의 비문에
있는 ‘만사輓詞’는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此身不欲百年生, 이 몸은 백 년 동안 살기를 원하지 않고
了達淸眞脫世情. 맑음과 참됨을 통달해 세상의 미혹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心契彌陀三聖願, 마음은 정토에 태어나겠다고 발원하고
神馳兜率一輪明. 정신은 도솔천의 밝음을 향해 달리네.
紅爐點雪歸何處? 불타는 화로에 떨어지는 눈은 어디로 가는가?
白月香風震法城. 흰 달과 향기로운 바람이 진리의 성을 흔드네.
無去無來元軆性, 옴도 감도 없는 것이 본래 모습이기에
逍遙自淂任縱橫. 한가롭게 거닐며 (삶과 죽음에) 걸림 없이 임하리.
조병활 북경 대학 철학과에서 북송 선학禪學 사상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취득. 중국 중앙민족대
학 티베트학 연구원에서 티베트불교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제3회 퇴옹학술상(2021년), 제20회 불교출판문화
상 붓다북학술상(2023년), 『불교평론』 뇌허불교학술상(2023년) 등을 수상했으며 『바세 연구』는 ‘2024년 세
종도서 학술 부문 추천 도서’로 선정됐다. 현 불전연구원佛典硏究院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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