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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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지른 천 길 층진 바위 벼랑이 서 있는데 입을 벌린 작은 구덩이에서 황금이

                솟아나네. 덕은 중앙을 숭상하여 정색으로 남아 있고 땅은 하계를 떠나서 속된
                마음을 씻어 주네. 가을을 맞을 때마다 신령한 액체가 더해지고 누른 물을 한 모

                금 마시면 도인의 마음이 상쾌해지네. 앉아서 단풍을 차지하여 피리를 불고 돌

                부리에서 배회하다가 애써 조용히 읊조리네.
                - 이근오, 「금수굴金水窟」




           이근오(1760-1834)의 이 시는 금수굴 곧 불지를 보고 느낀 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수련은 깎아지른 천 길 바위 아래에 있는 작은 구덩이 곧 불지와 그곳에서 솟아나는 금

           수를 소개하고 있다. 함련은 금수의 빛깔인 노란색은 정색으로 중앙을 숭상하는 덕이

           있고, 하계와 떨어진 이곳은 속된 마음을 깨끗이 하는 정화淨化의 의미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경련은 금수의 ‘금金’은 오행에서 서쪽과 가을을 뜻하므로 가을철이 되면 늘 신령

           한 액체가 더해지고, 그 물을 한 모금 마시면 수도하는 사람의 마음이 상쾌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련은 온 산에 가득한 단풍 속에서 피리를 불고, 돌부리 사이를 배회

           하다가 다시 조용히 시를 읊조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봄날에 올라와서 거센 바람을 타니 일천 봉우리의 붉은 꽃과 푸른 잎이 눈동자

                에 비치네. 황금빛 약수 석 잔에 호탕한 흥취가 일어나서 가슴속을 씻어내니 기
                름 불이 일시에 사라지네.

                - 이익만, 「 원적산에서 노닐다. 성불암에서 출발하여 금수굴에 이르다(遊圓寂山 自成佛菴到金水
                         窟)」 2수 중 둘째 수.




           이익만(1795-1870)의 이 시는 천성산의 성불암에서 출발하여 불지/금수굴에 도달하

           는 과정을 중심으로 원적산 기행의 한 단면을 포착하고 있다. 이 작품은 봄에 불지에
           올라오니 거센 바람 속에서 수많은 산봉우리에 가득히 핀 꽃을 감상할 수 있고, 황금

           약수를 석 잔 마시니 마음속의 온갖 번뇌가 일시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

           다.


           여적餘滴: 불지와 불지암의 재발견 그리고 필자의 감회

           지금까지 3회에 걸쳐 1860년대 이후 기록에서 사라져 버린 불지/불지암의 현장을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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