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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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짜기 속에서 가마가 더디다고 싫어하지 마라.

                     울퉁불퉁한 돌부리에 걸음걸음이 위태롭네.
                     티끌세상의 번잡한 마음을 오늘 씻으려고

                     열린 바위 구멍에 앉아 황금 못을 굽어보네.

                     - 김재현, 「양산군수와 함께 불지사를 찾다(同梁山倅尋佛池寺)」
                                                       • 작품 인용은 번역문만 보이고 한시 원문은 생략함. 이하 같음.






               1667년에 쓴 김재현(1627-1700)의 이 시는 그가 양산군수 채지연(1611-1693)과 함

               께 불지사에 올라가서 느낀 감회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바위 주변에 기대어 선 몇 칸

               짜리 작은 사찰에 늙은 선승이 종을 울리며 시인을 맞이하는 모습을 제시한 뒤, 다하지
               않은 속세와의 인연 때문에 다시 복된 땅에서 돌아가는 발길을 재촉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렵게 찾아온 불지와 불지암이지만, 속세와의 인연을 끊지 못한
               까닭에 금방 세속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여 떠날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담고 있다. 시

               인은 불지와 불지사를 티끌세상과 떨어진 별천지이며 복지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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