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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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리를 가니 길은 비스듬하다고 하여, 봄철의 산꽃이 울긋불긋 비단 숲을 이룬 듯 아

               름다운 산등성이를 보면서 십 리쯤 되는 구불구불한 시내 길을 따라는 시인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후반부에서는 이런 선경 속에서 문득 속세의 맛이 없음을 깨달으면서

               도, 이런 곳에서 물고기를 기르는 이유에 대한 의아한 느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까마득한 봉우리를 하늘에 매달려 올라가서 그윽한 구역을 제멋대로 찾아가네.

                     문득 서 있는 옥 덩이에 기댈 수 있거늘 어찌하면 물에 뜬 황금을 엿볼 수 있는가?

                     안개를 마시노라니 숨은 용이 일어나고 바위에 걸터앉으니 엎드린 귀신이 근심하
                     네. 내 몸이 얼마나 높은 곳에 있기에 나막신 바닥에 얼어붙은 구름이 흘러가는

                     가?

                     - 이만부, 「금수굴金水窟」



               1727년 겨울에 쓴 이만부(1664-1732)의 이 시는 한겨울에 찾아간 불지/금수굴의
               기이한 경관과 황량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수련은 대둔사에서 바라보면 까마득한

               봉우리를 하늘에 오르듯 매달려 올라가서 그윽한 곳을 마음대로 찾아가는 시인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함련과 경련은 불지 주변의 깎아지른 듯한 옥 덩이, 곧 높다란 바위에 기댈
               수 있을 뿐 아니라 황금빛 금수를 보게 된 것을 기뻐하는 마음을 드러낸 뒤, 자욱한

               안개 속에 있으니 골짜기에 숨은 용이 일어나는 듯하고 바위에 걸터앉으니 골짜기에
               잠복해 있던 귀신이 근심에 빠진다고 하여, 스산한 분위기의 겨울 산을 보여 주고 있

               다. 미련에서는 자기가 얼마나 높은 곳에 와서 자연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지를 발

               바닥 아래로 흘러가는 얼어붙은 구름을 보고서 알게 됨을 말하고 있다.



                     누가 큰 도끼로 층진 산을 깎아서 영롱한 골짜기를 면면이 둘렀는가?

                     위태로운 비탈을 밟을 때는 두 다리가 떨리고 높은 바위를 올라간 곳은 두 눈동
                     자가 넓어지네. 구름 속에 문이 아득하니 하늘 세계로 통하는데 돌 사이로 돌아

                     드니 인간 세상과 멀어지네. 사흘 동안 산중에서 속된 생각이 끊어져서 승려를

                     만나 이야기하느라 돌아갈 줄 모르네.
                     - 유의건, 「불지에서 출발하여 대둔사에 이르다. 구호(自佛池至大芚 口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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