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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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이 내 손을 잡더니
“왜 이리 늦게 오셨소?” 하기에
“인간 세상의 흥취가 미진하여
안개 낀 물가에서 배 타고 낚시했지요.” 하였네.
- 오희창, 「불지사에서 짓다(題佛池寺)」 2수 중 둘째 수.
1709년에 쓴 오희창(1656-?)의 이 시는 원적산의 신선과 시인이 나눈 대화의 형식으
로 되어 있다. 시인의 손을 잡은 신선이 왜 이리 늦게 왔느냐고 묻자, 시인은 인간 세상
의 흥취가 미진하여 안개 낀 물가에서 배를 타고 낚시하느라고 늦었다고 답하고 있다.
전략 물이 가득한 벼랑 집에 지게문 하나를 뚫고 가운데는 신령한 공력을 쏟아
금가루를 깔아 놓았네. 또 햇살 은빛으로 빛나는 진흙이 있으니 광채가 번쩍여
서 눈이 몽롱해지네. 후략.
- 권이진, 「 축서산과 원적산 두 산에 가서 퇴계의 운을 써서 본 바를 기록하다(遊鷲栖圓寂二山 用
退溪韵 記所見)」
1710년 9월에 지은 권이진(1668-1734)의 이 시는 불지의 모습에 대해 물이 가득한
벼랑의 집에 지게문 하나가 뚫려 있으며 그 가운데는 금가루가 깔려 있다고 하였다. 햇
볕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진흙은 광채가 번쩍여서 눈이 몽롱해질 지경이라는 것이
다.
좁은 언덕의 꽃 수풀은 붉은 비단을 펼치는데 시내를 따라 10리를 가니 길이 기
울어 비스듬하네. 이 가운데 문득 속된 맛이 없음을 깨닫지만 불국토의 신선 집
에서 어찌 금빛 물고기를 기르는가?
- 손덕승, 「 양산군수 한택지, 황산승 여천경과 함께 불지 골짜기 어귀에서 노닐다(同梁山倅韓澤之
黃山丞呂天卿 遊佛池洞口)」
1711년에 지은 손덕승(1659-1725)의 이 시는 경주에 사는 시인이 양산군수 한옥
(1649-1718), 황산승 여명거(1666-1719)와 함께 불지 골짜기 입구에서 노닐며 쓴 시
이다. 내용은 전반부에서 좁은 언덕에는 꽃 숲이 붉은 비단을 펼친 듯하고, 시내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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