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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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정양현旌陽縣 현령을 역임한 일이 있                   특히 그렇다. 다만 손오공의 머리에 씌워

               어서 허정양이라고 불린다. 신비한 이적                    진 긴고아의 표현이 다르다. 이탁오 비평
               을 자주 행사하였으며 정명도淨明道 교파를                   본의 삽화에는 손오공의 머리에 동그란

               창설한다.                                    테가 분명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이상의 세 인물은 모두 도교의 유력한 교                   용화전 벽화에는 삭발한 머리로 표현되
               파를 창시한 교조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어 있다. 원본을 잘못 독해한 것일까? 장

               『서유기』에서 말하는 사대천사의 마지막                    군의 위치를 옮기면서 권렴대장의 역할

               신선인 구홍제는 좀 복잡하다. 주周나라                    을 부여할 정도로 전체 『서유기』의 맥락
               때 부구공浮丘公이라는 전설적 인물을 가리                   에 빠삭(!)한 기획자, 혹은 화가가 원본을

               킨다는 설, 도교 전진파의 도사인 구처기                   오독했을 것 같지는 않다. 세상을 위해

               丘處機와 그의 제자 홍제洪濟를 가리킨다는                   비를 간구하는 주체가 삭발한 머리를 한
               설 등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                   불교의 스님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나 이들은 하늘과 세상의 가교 역할을 수                   의도적 변형으로 볼 수 있는 이유가 충분
               행하는 존재들로 신봉되었다. 그런 점에                    하다. 오늘날까지도 사찰에서는 각 전각

               서 옥황상제의 비서직을 수행하고 있다                     의 기도에서 “비와 바람 순조롭고(雨順風

               는 설정은 설득력이 높다. 그런데 용화전                   調), 나라 태평하고 백성 평안하기(國泰民
               의 벽화에서는 이들을 중심 화면에서 밀                    安)”를 축원한다. 축원의 주체는 스님들

               어내어 오른쪽의 좁은 벽면에 배치하면                     이다. 이 사실을 강조해서 보여 주고 싶
               서 인물도 셋으로 줄여 버렸다. 이에 따                   지 않았을까? 불교가 사회적 존중을 받는

               라 그 역할 또한 주변적 인물로 격하되어                   시대에 대한 기원이 담긴 용화전의 벽화

               버린다. 결과적으로 불교적 인물인 손오                    라면 더욱 그렇지 않았을까?
               공과 하늘의 최고신인 옥황상제 사이에

               직거래가 이루어지는 장면이 구현된 것

               이다.



               •● 손오공의 형상 변형

               손오공의 형상에도 약간의 변형이 가해
               졌다. 일견 손오공의 형상은 원본의 그림
                                                        강경구            동의대학교 인문대학장, 동의지천교
                                                        양대학장, 도서관장 역임, 대한중국학회 회장 역임, 현재 동
               을 최대한 모사한 것으로 보인다. 저고리
                                                        의대학교 명예교수,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의 등주름과 옆트임, 발바닥의 표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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