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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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의 전체 내용과 의미를 깊이 이                   이처럼 『서유기』의 맥락에 기초하여 보

               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기로 싼 옥새 대신 큰 일산을 들게 함
               지점이기도 하다.                                으로써 천봉원수의 존재를 드러낸 것으

               그런데 이 창작적 변용과 연계하여 오른                    로 볼 수 있다. 벽화의 그림이 이탁오 비

               쪽 장군의 손에 들린 지물에도 변용이 일                   평본 삽화의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새로
               어난다. 원본이 되는 이탁오본 삽화를 보                   운 의미가 부여된 재창작에 해당한다고

               면 오른쪽의 장군은 보자기에 싸인 네모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난 물건을 들고 있다. 또한 제시된 <그림
               3>에서 오른쪽의 천녀가 보자기에 싸인                    •● 옥황상제의 비서 사대천사四大天師

               똑같은 물건을 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                   다음으로 옥황상제의 오른쪽 좁은 벽면

               다. 그것은 옥황상제의 옥새일 것이다.                    에 세 명의 문관 차림 신하들이 있다.
               그런데 용화전 벽화에는 그 지물이 커다                    <그림2>로 제시된 이탁오 비평본의 삽화

               란 일산으로 대체된다. 옥황상제가 앉아                    를 보면 원래 이들은 옥황상제와 손오공
               있는 곳이 영소전 실내이므로 일산을 펼                    의 사이에 그려져 있었다. 그런데 그림을

               칠 일이 없다. 왜 일산일까?

               권렴대장의 형상 창조와 연계하여 볼 때
               그것은 천봉원수天蓬元帥를 드러내기 위한

               변용인 것으로 보인다. 천봉天蓬은 하늘
               천막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큰

               일산이 그것을 대신했다고 볼 수 있기 때

               문이다. 천봉원수는 저팔계가 천상에서
               맡았던 직책이다. 주된 임무는 역시 옥황

               상제의 호위였다. 천봉원수였던 저팔계

               는 옥황상제의 호위 중에 달나라 항아를
               희롱한다. 그리고 그 죄로 지상으로 축출

               된다. 그래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벽화

               의 제작자는 생각한다. 저팔계가 맡았던
               천봉원수의 직을 누군가 대신 맡았을 것

               이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옥황상제의 호
               위 장군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림4. 장도릉_정일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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