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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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 불서佛書의 한글 번 한문본 『원각경』은 북인도 계빈국의 불
역인 언해의 과정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 타다라(佛陀多羅, 覺救)가 한역한 『대방
음과 같다. 먼저 한문 원문을 대상으로 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多羅了義經』을
하여 내용에 따라 대문大文을 나눈 후, 각 이른다. 『원각경언해』의 내제이면서 갖
문장에 구두句讀를 정하고 구두의 자리에 춘 이름이기도 한 한문본 책의 서명이 길
한글로 구결을 달아 번역을 하는 방법이 었기 때문인 듯, 우리나라에서는 ‘대방
다. 이러한 한서漢書 번역의 전통은 통일 광원각경, 원각수다라요의경, 원각요의
신라 무렵에 한문 원전(儒書 포함)을 우 경, 원각경’ 등의 이름으로 불러 왔다. 이
리말로 옮기기 위한 방안으로 창안되어, 경전에 당나라의 규봉 종밀(宗密, 780-
이후 점진적으로 보완・발전되어 왔다. 841)이 주석을 붙여 『원각경대소초圓覺經
훈민정음 이전에는 점點 등의 부호를 이 大疏鈔』라는 책을 조성하였다. 이를 저본으
용하거나 한자를 빌려[借字]서 토吐를 달 로 하여 세조가 한글로 구결을 달고, 신
아 읽는 방법으로 이루어졌었다. 소리 미, 효령대군, 한계희, 강희맹 등이 번역
[音]와 새김[訓]을 이용한 한자 현토懸吐 구 을 했다. 이 책이 바로 『원각경언해』인
결의 경우, 원문 문장의 구두 오른쪽에 것이다. 세조 11년(1465) 3월에 간경도
묵서墨書 또는 주서朱書로 한자 원자原字를 감에서 목판본 10책으로 간행을 했다.
필서해 넣기도 하고, 한자 약체자略體字를 간행 관련 사실은 구결 작성자 기명란에
적어 넣기도 했다. 한글 창제 이후에는 판 ‘御定口訣(어정구결, 임금이 구결을 확정
밑본[板下本] 작성 때부터 한자 원문 뒤에 했다)’이라 한 내용과 역기란譯記欄에 적혀
확정된 한글 구결을 달아 인출해 내었다. 있는 기록으로 번역자 등을 확인할 수 있
이러한 언해의 과정을 잘 보여 주는 자료 다. 또한 간경도감 도제조 황수신 등이 작성
중의 하나가 『구결 원각경』이다. 세조 11 한 「진원각경전」과 「조조관」 열함列銜 등을
년(1465)에 『원각경』 원문에 한글 구결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세조 11년(1465)
만을 달아 활자본으로 간행한 구결 불경 3월 9일 자 실록의 기사에 의하면, “한계
이다. 15세기 간행의 불서 중 한글 구결 희에게 이조판서, 강희맹에게 인순부윤
문만으로 조성된 유일한 예에 해당한다. 의 벼슬을 내렸는데, 한계희와 강희맹이
그런가 하면 같은 해에 ‘간경도감’에서 『원각경』을 번역한 공로 때문이다.”라고
한글 구결 현토는 물론, 경 원문 및 주석인 한 내용이 나온다. 『원각경언해』의 조성
소초疏鈔까지 모두 번역하여 목판본으로 간 에 세조가 얼마나 관심을 가졌는지 알게
행한 책인 『원각경언해』도 전해진다.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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