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8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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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인마당
내게 절이란,
내게 수행이란
글 | 보안 스님(통도사 승가대학 치문반)
출가 이후로 1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눈 께서는 왜 굳이 저렇게 땀을 흘리며 108
깜짝할 사이에 흘러갔습니다. 그동안 힘 배를 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든 일도 많았지만 부처님을 바라보며 수 래서 108배를 해보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행하고, 내가 더 발전하는 것이 느껴지는 도 아랑곳하지 않고 3배만 했던 것이 기
건 참 보람찬 일입니다. 억납니다.
어릴 적에는 제가 스님이 될거라곤 생 그러던 중 중학생 때 할아버지께서 돌아
각조차 못 했었습니다. 절에 간다고 해 가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할아버지를
도 부처님오신날에 한번 들렀다 오는 정 편히 보내 드리기 위해 49재를 알아보셨
도가 신행생활의 전부였기에 불교에 대 고, 외가 쪽에 스님이 계셔서 그 스님의
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절에 재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
때 저에게 절이란, 옛날 한옥 건물이 있 주 주말마다 절에 다녔습니다. 그렇게 절
고, 머리 민 스님들이 있고, 황금색 불상 에 자주 다니게 되니 생애 처음으로 스님
에 절을 한 뒤, 불전함에 돈을 넣고 소원 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을 비는 장소였습니다. 그래서 어린 시절 스님과의 대화는 다른 어른들과 대화하
에는 절이 재밌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는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내 안의 무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절에 가시면 꼭 언가가 채워지고, 살면서 느꼈던 답답함
108배를 하시곤 했습니다. 법당에 들어 들이 해소되는 상쾌한 기분을 느꼈습니
가셨다가 20여분 뒤에야 땀을 뻘뻘 흘리 다. 그렇게 점점 절에 자주 다니게 되던
며 돌아오셨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바라 중, 스님께서 저에게 108배를 시키셨습
보며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절의 동작에 니다. 처음 108배를 하니, 너무 힘이 들
흥미를 가지지 못했었기 때문에 부모님 어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108이라는 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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