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4월호 (Vol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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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계菩薩戒는 삶을 영구적으로 변화시키는 서원誓願이다. 일반적으로 수계 의식이란 특
정한 계목을 수지하고 이를 받아지니겠노라 서원하는 불교 의식이다. 이때 수지하는 계
는 그 지위에 따라 삼귀의계, 오계, 보살계, 구족계 등으로 나뉜다. 이렇게 계를 수지하
면 계체戒體가 형성된다. 여기서 형성된 계체는 형상도 없고 모양도 없다. 그럼에도 수계
하여 계체를 형성하면, 그 계체는 수계자에게 영원히 각인된다. 설사 계를 일부 어기더
라도 그렇다. 한번 심어 둔 씨앗이 모양은 달라져도 씨앗의 본체는 변하지 않고 끊임없
이 계절을 보내듯 말이다. 계체는 수계자에게 일종의 ‘새김’이다. 이 새김을 통해 우리
는 영원히 변치 않을 인류 본성에 대한 기록을 전하는 것이다
: 수계를 하고 이를 잘 지키면 지계자持戒者가 되고, 받은 계
율을 온전히 실천하지 못하면 파계자破戒者가 된다. 하지만 계율을 \ 계 율
어기는 것만을 파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계체를 온전히 형성하지
, 몸 과
못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것 또한 파계로 여기는 것이 핵심이다.
계체는 말 그대로 계율이 수행자의 내면에서 하나의 체體가 되는
마 에 음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서약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근본적인
변화를 뜻하며, 수계受戒 의식에서 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특
새 는 기
히 수계 의식에서 “잘 지키겠습니까?”라고 계사가 물을 때 수계자
가 “네, 잘 지키겠습니다.”라고 대답하며 세 번의 확인을 거치는
원
서
것은 계체를 깊이 새기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이는 언약이 아
니라, 수행자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다짐이다.
불교에서 계율은 인연과 의식 속에서 형성된다. 불교의 전통 의
식인 점안點眼 의식, 결계結界 의식, 수륙재水陸齋 등의 의식 또한 이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이를 갈마(羯磨, karma)라고 하며, 인연과
의식을 통해 긍정적인 업業을 형성하는 것이다. 불교에서 가장 중
요한 의식 중 하나인 수계受戒 또한 갈마의 원리를 따른다.
물질에 글자를 새기는 것보다 계율을 지녀 새기는 것은 더 깊고
영구적인 새김이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불교의 핵심 원
리 중 하나다. 물질은 시간이 지나면 닳거나 깨질 수 있지만, 계체
는 수행자의 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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