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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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인지, 그 이전에 그 아이를 괴물로 만                  지 아득하기도 할 것이다. 붓다 또한 석가

               드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면 제3의                    족의 왕자로 태어나기 이전, 천인으로 났
               눈, 통찰력과 의지력으로 보아야 한다.                    다가, 국왕으로 살았다가, 도둑의 삶을 살

               자비심은 누군가의 고통에 공감하는 자연                    기도 했다. 심지어 코끼리, 원숭이, 공작,

               스러운 반응이며, 고통스러운 이를 기꺼                    물고기 등의 동물로서 숱한 생을 거치기
               이 돕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도 했다. 붓다가 그러한 생 속에서 갖가지

               여기서 두려움을 떨쳐 내고 자비행을 실                    선행 공덕을 행한 이야기가 바로 『본생

               천할 때 색경의 경계를 넘어 각성할 수 있                  경』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 아라한이
               게 된다. 웨이먼드는 무수한 멀티버스를                    되지 못해도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스스

               넘나들며 에블린의 고통 앞에서 함께 싸                    로를 다잡으면 수행에 정진할 힘을 얻을

               우고 상처 입으면서도 그를 향한 자비행                    수 있으리라.
               을 그치지 않는다. 비로소 차크라를 각성                   이처럼 쉽고 재미있게 교훈을 전달하는

               한 에블린 역시 어떤 윤회전생 멀티버스                    본생담은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여러
               에서도 업경대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아가                    문화권의 전승을 담은 다양한 서사로 확

               게 될 것이다.                                 장되었다. 그러니까 『에에올』 같은 영화

               이렇게 『에에올』은 중년 여성이 자존감을                   나 여러 웹툰, 웹소설 등에서 환생물이 인
               되찾는 여성 영화로, 이민자가 사회에 어                   기를 끌기 이전부터도 환생 서사는 ‘이생

               우러지는 디아스포라 영화(이민자들을 주                    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포기하려는
               제로 다룬 영화)로,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대중에게 응원을 전하는 이야기의 형식이

               해피 엔딩 가족 영화로, 어떤 일이 닥쳐도                  었다. 절대 포기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

               감당할 수 있게 되는 성장 영화로, 어쩌면                  는 만큼 최선을 다하라는 응원 말이다.
               속편을 기대할 수도 있는 SF 판타지 영화

               로, 공과 색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에 대한

               영화적 멀티버스가 된다.
               인간의 삶은 유한한데 아무리 수행해도

               부처가 되는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리라는

               조바심이 나는 수행자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안            서울대학교에서 미학을, 한국예술종
                                                        합학교에서 영상문화이론과 영화학을 전공했다. 다큐멘터리
               번 생만 수행할 것이 아니라 생을 거듭해
                                                        「나의 노래: 메아리」를 제작한 프로듀서이자 서울국제여성영
               수행하면 언젠가 깨달음의 아라한과를 얻                    화제, 이주민영화제, 춘천SF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프로
                                                        그래머로 일했고, 불교적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삶이 물었
               게 된다고 하나, 도대체 그날이 언제가 될                  고 영화가 답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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