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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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이 쌓여 있다는 것을 말한다. 에블린은
어떻게든 이 업을 청산해야 한다. 세금 문
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경계 안에
서 제대로 버티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엇을 놓쳤는지, 영수증을 펼쳐
두고 생활을 돌아보며 하나하나 짚어 봐야
한다. 탈세와 압류 문제를 마주한 에블린의
상황은 사람이 죽어 저승에 들기 전, 악업
과 선업을 헤아리는 업경대業鏡臺 앞에서 인
과 연의 업을 돌이켜 보는 모습과도 같다.
불교에서 업경대 앞에 선 중생에게 주어진
문제는 성불이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니다.
다음 생으로 가기 전, 최선을 다해 ‘각성’한
자가 되지 못하면 본생 이후 윤회할 모든
생이 악화일로가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다. 각성하지 못한다면 살아온 업의 무게로
이전보다 더 힘들고 무거운 시작을 해야 할
것이다.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억하
거나, 몰랐던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 각
성은 불가능하다. 각성이란 그 모든 정보를
단지 본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
라, 스스로 깨우쳐 삶과 존재를 재정립하는
변곡점이자 실천을 이끄는 인식의 계기를
이른다.
“ 스스로 깨우쳐 삶과 존재를 한때 에블린과 남편 웨이먼드, 딸 조이는
재정립하는 변곡점이자 실천 같은 색경 안에 있었다. 영화의 도입부, 함
을 이끄는 인식의 계기” 께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던 그때는 말
이다. 그러나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그
경계를 벗어나게 된 지금, 거울 안에서 가
족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웨이먼드가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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