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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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없는 자리
가 없다. 가람에 자리 잡은
모든 것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유가 있어서 그곳에 존재
한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제2의 사리탑, 사자목 오층석탑
사자목 오층석탑은 통도사 경내에서 남쪽에 위치한 산의 능선에 있
는 탑이다. 일주문과 불이문을 지나는 일반적인 참배 동선과 동떨어
져 있는 곳이기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구역이다. 이 오층석탑은 고려
전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훼손하
여 1688년까지 방치되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정시한, 『산중일
기』 ) 그러다 1992년 주변에 흩어져 있던 석재들을 수습해 오늘날의
모습으로 재건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탑 안에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사실
이다. 이 사리는 황룡사 구층목탑에 모셔져 있던 사리로서 황룡사 목
탑지 심초석에서 발견되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었다.
이는 통도사의 창건조사인 자장율사와 매우 관련이 깊다. 자장율사
는 당나라에서 귀국하며 문수보살로부터 받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왔는데, 이 중 일부는 황룡사 구층목탑에, 일부는 통도사 사
리탑에 봉안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황룡사 구층목탑의 사리와 통도사 사리탑의 사리는 동
일한 기원을 가진 같은 사리인 것이다. 황룡사 탑은 소실되어 사리
를 모시기에 적합한 장소를 잃게 되었으나, 불보사찰인 통도사에 모
신다면 두 사리가 모두 한 곳에 모이게 되는 것이니 자장율사가 처음
사리를 모셔 온 당시의 의미를 되살리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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