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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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단의 빈자리와 적멸의 상징
대웅전의 불단이 비어 있는 것은 단순히 불상을 배치하지 않은 구조
적 선택이 아니라, 사리 신앙에 뿌리를 둔 깊은 상징성을 갖는다. 불
교에서 적멸寂滅은 번뇌의 소멸과 깨달음의 상태를 뜻한다. 통도사의
대웅전은 적멸의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며, 외형적인 형상을 초월해
수행과 깨달음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이렇게 불단의 빈자리는 비워진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웅전
의 위치상 내부에서는 아무리 고개를 들어 봐도 사리탑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보이는 것은 유리창 너머에 존재하는 사리탑의 극히 일부
뿐이다. 그마저도 탑등에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곳
은 사리탑을 친견하는 목적과 거리가 먼 것은 아닐까. 불자들이 응시
해야 할 대상은 무엇인가.
불자들은 사리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과 깨달음을 배운다. 그러나
그 목적은 배움에 그치지 않고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어 성불에
이름에 있다. 이는 불교의 본질이 외적 숭배가 아닌 내적 깨달음에
있음을 일깨우는 메시지이다. 빈 불단은 더불어 인간의 유한성을 인
정하고, 번뇌와 집착을 내려놓으며 본질로 돌아가라는 가르침을 담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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