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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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대웅전은 부처님의 형상을 모시지 않은 독특한 구조로, 불상

                        을 모시는 대신 그 자리를 빈 공간으로 남겨 두고 있다. 이러한 설계
                        는 불상의 부재가 아니라,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깊이 연관

                        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대웅전은 본래 ‘사리전舍利殿’이라 불렸다고 전해진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된 “정통正統 원년元年 병진 6월일 사리전 풍탁을 만

                        들었다[正統元年丙辰六月日舍利殿風鐸造].”라는 명문이 새겨진 풍탁

                        에서 짐작할 수 있는데 이로써 임진왜란 이전에는 사리전이라는 이
                        름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사리전, 즉 현재 대웅전의 목적은 본래

                        사리탑에 봉안된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예배하기 위함이었

                        던 것이다.








                                            사리전으로서의 대웅전

                        ‘사리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통도사 대웅전은 부처님의 진
                        신사리를 중심으로 건립되었다. 사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육신에서

                        나온 성스러운 유골로, 불교 신앙의 핵심 중 하나로 여겨진다. 자장
                        율사께서는 당나라 오대산에서 문수보살님으로부터 석가모니의 진

                        신사리와 금란가사를 받은 후, 신라로 돌아와 사리를 봉안하고 통도

                        사를 창건하였다. 이때 사리를 모신 곳이 금강계단이다. 그러므로 통
                        도사 대웅전에 불상을 모시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부처님의 육신

                        (법신)이 이곳에 있는데 구태여 불상이라는 상징적 조형물을 봉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웅전은 불상을 통해 부처님을 외형적으로 형상화하기보다는, 사

                        리를 통해 부처님이 본래 자리에 ‘현존’한다는 신앙을 구현하는 곳이

                        다. 사리는 부처님의 실존적 흔적이며, 그 자체로 부처님의 지혜와
                        공덕을 상징한다. 따라서 사리를 봉안한 대웅전은 불상을 대신하여

                        부처님의 법신法身과 지혜를 드러내는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되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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