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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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시간의 흐름 위에 우리
는 생生이라는 방점을 찍고 태어났습니다. 생은 반드시 멸滅을 동반하기에
언젠가 우리는 죽음을 맞이하겠지요. 이처럼 중생들이 사는 세상은 분별적
이고 상대적인 것이어서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으며,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입니다. ‘우리가 딛고 지내 온 모든 것’인 과거는 언제 누구를 만났는데 기
분이 어떠하였다는 시간과 사람과 감정이라는 형태로 기억 속에 남아 있습
니다. 그 시간은 이미 과거라는 이름으로 지나가 버렸고, 그 공간 속에 있던
사람마저도 이미 과거 속으로 흘러가 버렸지만, 그때의 기분과 감정만큼은
현재라는 시공간에 남아 있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미소 짓기도 하고,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온 그 모
든 기억들은 좋은 것이든 싫은 것이든 지금의 나와 너를 만들어 낸 어떤 것
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기억들이 ‘그땐 그랬지’ 하며 이따금씩 추억을 상기
시키는 대화의 실마리가 되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것들
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실재화시키다 보면 어느덧 마음이 과거에 침
잠되어 버립니다. 기쁜 일이 되었든 슬픈 일이 되었든 훌훌 털어 버리고 그
기억들을 그저 과거로부터 이어진 상대방을 이해하는, 그래서 서로를 제대
로 사랑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바탕으로 삼을 수만 있다면, 과거라는 끝은 밝
은 미래의 시작으로 인도하는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Live as if you were to die tomorrow, learn as if you were to live
forever.”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인도 독립의 아버지이자 성자라 불린 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1869-1948)는 위와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내일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막연하게 미래의 어느 때, 하지만 내일은
아닌 어느 때에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 생각할 뿐이지요. 하지만 내일 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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