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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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세야 말세! 요즘 어린 것들은 어른을 공경할 줄 몰라. 아버지는
걸어가고 있는데 새파란 어린 놈이 나귀를 타고 가니 말이야!” 이 말
을 들은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이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이 싫어 아들
을 나귀에서 내리게 하고 자신이 나귀에 올라타고는 길을 갔습니다.
냇가를 지나는데 빨래를 하고 있던 아낙들이 그 광경을 보고는 혀
를 차며 말했습니다. “쯧쯧, 아버지가 되어서는 자기 혼자 나귀를
타고 어린 아들은 나귀를 끌고 가게 하다니 정말 매정한 양반이구
만!” 이 말을 들은 아버지는 순간 부끄러운 마음에 자신의 아들도
나귀 등에 태우고는 계속하여 길을 갔습니다. 그때 소에게 풀을 먹
이고 있던 목동이 그 광경을 보고 말했습니다. “아이고, 아무리 말
못 하는 짐승이라지만 저렇게 두 사람이나 타고 가면 가뜩이나 험
한 산길에 불쌍한 나귀가 얼마나 힘들꼬.” 이 말을 들은 아버지와
아들은 어쩔 수 없이 나귀에서 내렸습니다. 나귀를 끌고 갈 수도,
아들을 태우고 갈 수도, 아버지가 탈 수도, 둘이 같이 탈 수도 없었
던 그들은 결국 나귀의 네 다리를 기다란 작대기에 묶어서 들고 가
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외나무 다리를 건너는 도중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나귀가 겁에 질려 몸부림을 쳤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균형을
잃고 나귀와 함께 그만 물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비록 옛 설화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큰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우
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갑니다. 관계라는 것은 대부
분이 언어를 통해 맺어지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나 격려,
조언이나 충고, 비난이나 험담 등은 우리가 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어떤 행동을 해 나가는 데 커다란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타인의 말이 우리의 잘못된 행동을 개선하거나, 섣부른 판단 등을
미연에 방지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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