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2월호 (Vol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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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력 2월 12일은 동안거 해제일입니다. 석 달간 이
                         어진 산중에서의 치열한 용맹정진을 회향하고, 이제 세속의 저잣거리로 들

                         어가 중생들에게 자비의 손을 드리우는 입전수수入廛垂手의 보살행을 실천해

                         야 할 때입니다. 치열한 극기克己의 행을 견뎌 내지 못하고서는 성취의 감로
                         甘露를 얻을 수 없습니다. 영각影閣 앞에 피어난 자장매慈藏梅의 붉은 기운도 한

                         겨울의 삭풍朔風과 설한雪寒을 견뎌 내었기에 가능한 것이고, 가슴속에 새해
                         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품을 수 있는 것은 겨우내 우리가 묵묵히 많은 것들

                         을 인내하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열매가 곧 씨앗이듯이 끝은 종결이 아니

                         라 새로운 시작과 닿아 있습니다. 싱어송라이터인 윤하는 여섯 번째 앨범인
                         ‘END THEORY’의 소개글에서 ‘끝’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딛고 지내 온 모든 것들을 사랑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사랑하는 선택을 하

                         기로 했다. 그것은 시간이나 사람이나 감정의 형태로 남아 있다. 더 이상의

                         시공간은 중요하지 않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큼 남았는지는 모른다. 너와
                         내가 지나온 모든 것들이 우리를 만들었고, 그것은 대화의 주제로 이따금씩

                         돌아볼 수 있겠지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만, 서로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는 이해의 기반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선택한 대로 살아간다. 설령, 선택
                         이 정해져 있더라도. 모든 선택은 고민의 끝에서 이루어진다. 모든 끝은 저

                         마다의 기준으로 시간을 일단락한다. 모든 탄생은 끝에서 시작된다. 예외는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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