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월간 축산보림 2025년 3월호 (Vol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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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초기에 이루어졌던 한문 약초靈驗略抄」를 별도로 두기도 했다. 한문
불서의 한글 번역본, 곧 언해 불서는 당 ‘영험약초’만 둔 책도 있고, 한문 및 언해
시 우리말 사용의 실상 및 국어의 변천 를 연달아 배치한 책도 있다. 훈민정음
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초기에 대규모로 이루어졌던 언해본 불
우리는 앞에서 한문 원전의 한글 번역에 서 중심의 출판에서 한글 불서의 다변화
한限하여 ‘언해’라 한다는 언술言述로, ‘언 내지, 불자들의 수요에 호응한 방향 전환
해의 개념’을 정리한 바 있다. 그 기준에 이 아닐까 한다.
따르면 범자梵字, 또는 한자로 되어 있는 『오대진언』의 체제는 책의 성격으로 인
진언眞言의 한글 음역音譯을 언해라고 할 수 해 당시에 간행되었던 다른 언해본 책들
는 없다. 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철右綴로 장
그런데 15세기에 간행된 한글 문헌 중에 정된 책의 맨 오른쪽 행行에 진언을 범자
는 다섯 종류의 진언을 범자梵字, 한글, 한 로 적고, 그 왼쪽 행에 나란히 한글 음역
자 순으로 한 행씩 나란히 배치한 책이 자를 둔 후, 다시 그 왼쪽 행에 한자 음역
있다. 『오대진언』(1485)이다. 「관세음보 자를 배치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다. 책의
살사십이수진언觀世音菩薩四十二首眞言」, 「신묘 구성을 보면 3행씩 짝을 맞추어 범자, 한
장구대다라니神妙章句大陁羅尼」, 「수구즉득다 글, 한자 진언을 병치竝置할 수 있도록 판
라니 随求即得陁羅尼」, 「대불정다라니大佛頂陁羅 식의 조정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진언
尼」, 「불정존승다라니佛頂尊勝陁羅尼」 등 다섯 만으로 되어 있는 부분은 3행씩 짝을 맞
편의 진언을 모아서 한글로 음역해 놓은 추어 배열할 수 있게 유계有界 9행으로 구
‘진언집眞言集’이다. 언해본은 아니지만 귀 성했고, 상단上段에 수인도手印圖를 둔 「사
중한 한글 불서이다. 십이수진언」은 진언의 제목과 주註가 있
이 책이 음역 진언집이라고 해도 진언만 는 2행을 제외한 그 나머지 6행에 2수의
으로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 진언을 실을 수 있게 유계 8행으로 한 점
미가 있고, 뒤따르는 한글 진언집들의 본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구성은 민중의 송
보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습을 돕기 위함이라는 간행의 목적에 부
이렇듯 범자 및 한자로 표기表記되어 있는 합하는 조처라고 본다.
진언을 한글로 옮긴 음역 진언집들이 15 ‘진언眞言’은 ‘범문梵文’을 번역하지 않고 음音
세기 후반부터 간행되기 시작하였다. 그 그대로 적어서 외우는 어구語句, 곧 주문呪
리고 그러한 책의 뒤쪽에는 진언 송습誦 文을 이른다. 번역을 하지 않는 이유는 원
習의 선과善果에 해당하는 영험담인 「영험 문 전체의 뜻이 한정되는 것을 피하기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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