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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승가대학(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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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지/학인마당] 2015년 5월 법인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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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1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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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싶은길...

 

안녕하십니까? 통도사 강원 2학년 학인, 사집반 법인입니다. 장맛비처럼 쏟아지는 봄비에 올해는 아무래도 풍년이 들 것 같네요.

계속되는 비에 기온이 떨어져 아침저녁으로 쌀쌀하다보니 봄이 온 것인지,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것인지 모호하기도 하지만,

어느 새 비가 그치고 해가 나면 따스한 햇살의 포근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얼마 전, 봄과 함께 강원에 새로운 식구가 찾아왔습니다. 치문반 스님들의 입방이 있었는데요,

총 열세 분이 새로 들어오셨고, 방장스님의 시자 소임을 살기위해 올라가신 두 분 이외의 열한 분이 큰 방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갓 입방하신 스님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렇게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던 때가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아직은 조금 서툴고 어설픈 모습들도 보이긴 하지만, 강원을 졸업하신 선배스님들처럼, 치문반 스님들도

시간이 지나다보면 강원 생활에도 익숙해질 것이고, 점점 더 출가 수행자다운 모습을 갖춰가게 되리라 믿습니다.

얼마 전 강주스님께서 상강례 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나이를 떠나서, 먼저 출가한 사람은 형이고, 후에 출가한 사람은 동생이라고.

속세에서는 성인이 되면 같은 핏줄의 형제라 할지라도 몇 년의 세월동안 한 공간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려운 일 일진데,

강원 학인스님들은 4년이라는 시간동안 함께 살아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깊은 인연이겠냐고.

그 말씀을 들은 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문반이었던 저는 승가의 막내였으나 이제는 동생을 둔 형이 되었구나,

형으로서 동생을 위하고 챙기는 마음도 놓쳐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사집반 스님들은 치문반 스님들과

한 방에서 생활하니까, 더 가까이에서 치문반 스님들을 챙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도 했죠. 사실 지금의 치문반 스님들이 사집반이 되고,

새로운 치문반 스님들이 입방하게 되면 형으로서의, 선배로서의 역할도 잘 해낼 수 있게끔 우리가 모범을 보여야한다는 생각에

부담감도 가지게 되었지만, 화합이 가장 큰 지침인 승가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기에, 이 또한 수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면 되겠다는 마음으로 노력해보려 합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강원에 입방하시는 스님들의 수가 점점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재작년의 경우 열여섯 분,

작년에는 열다섯 분의 스님들이 입방을 하셨고, 올해는 열세 분……. 불교라는 종교적 측면에서의 더 큰 문제는

스님들의 숫자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불자님들의 수 또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유/소년과 청/장년층에게,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에 종교를 전하고 활동을 장려하는 타종교에 비해 포교활동의 폭이 넓지 못하고,

불교는 어렵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대중들의 인식에 전환을 주는 요소가 부족한 것이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불성을 가지고 있기에 외력에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으로 고통 없는, 완전한 행복의 삶을 살 수 있는 궁극의 길을 알려주는 불교.

이토록 좋은 가르침을 주는 부처님의 말씀을 모르고 살아가는 분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졌습니다.

물론 많은 스님들께서 포교활동을 하고 계시고, 쉬운 불교, 재밌는 불교를 전파하기위해 노력하고 계시지만

아직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겼기에, 저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잔병치레도 많았고, 주위에도 아픈 사람이 많았던 어릴 때의 저는 한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아픈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타인이 아파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그들의 병을 고쳐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러나 출가를 하게 되었고, 의학도의 길을 걷는다는 생각은 마음 한 편에 접어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그렇다면,

승려의 길을 걷는 한의사는 어떨까? 돈을 많이 벌고 편안한 생활을 하기 위한 길이 아니라, (사실상 우리나라 대부분의 스님들이 그러하듯)

오갈 곳 없는, 수행정진하다 건강에 적신호가 들어온 스님들을 위해 무상으로 치료를 해드리고,

재가불자님들의 몸과 마음의 병을 모두 고쳐드릴 수 있는, 생활 속의 포교활동도 겸할 수 있는 그런 길을 간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많은 고민과 갈등 끝에 앞으로 제가 가고 싶은 길은 한의사스님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분명 힘든 길이리라 생각합니다.

강원에 속해있는 학인의 신분으로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승려의 길을 가고자하는 사람으로서 경전과 어록의 공부를 게을리 할 수 없는데다

수능 준비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지라 다른 이들보다 두 배, 아니 그 이상의 노력을 들여야 하겠지요.

더욱이 제대로 된 실력을 갖추고 있지도 못한 형편이니 편치 않은 길이 되리라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타인의 고통과 아픔도 치유해줄 수 있는 승려로서, 보살의 길을 걸어가고 싶은

수행자로서의 다짐이자 목표이니 그 과정이 힘들다 할지라도 꼭 이뤄내고 싶습니다. 이 글을 빌어, 이런 제 생각을 듣고

응원의 말씀 아끼지 않으신 주변의 스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네요.

어쩌다 보니 제 서원을 말하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제 이 보궁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공표하게 되었으니, 목표를 이루기 위해 더 노력하게 될 것 같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신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하며 이만 마칠까 합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감기 걸리지 않도록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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