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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승가대학(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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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지/학인마당] 2015년 2월 서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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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16-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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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시작 *

 

                                                                       

 

어떤 이는 하루를 살며 하루를 살았다고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산다고 이야기한다.

하루라는 24시간도 일초라는 시각들이 모이고 모여 이루어진 것이고 그 1초 역시 찰라 찰라들의 모임이 아닐런지...

한 방울의 물이 바다를 이루듯이 크나큰 것들 속에는 작고 작은 것들의 오묘한 조합이 아마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지난 4년의 시간들은 우리들 각자에게 많고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을 것이다.

치문 사집 사교 대교 ~~~~

언제였던가... 나는 나의 경상 한 구석에 작은 낙서를 해 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내 기억엔 시간의 멈춤을 느끼며 살던 치문반 시절인 듯하다.

사교만 되자 그래 ~~~~그랬었다.

부처님의 경전을 배우는 경반이 사교반 부터이기에...

그 사교반이 되면 아마도 무척이나 편함을 경험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에서였다.

그저 일분일초가 정지되어있다고만 느끼던 치문반 시절에 사교반이라는 윗반은

감히 우러러 볼 수 없는 크나큰 성벽이었다.

더워도 덥다 생각할 여유가 없었고 추워도 추운 생각을 내지 못할 정도로 바쁘고 바쁜 치문반 시절 ~~~~

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전체에게 영향을 끼쳐서 남모르게 눈물을 훔쳐내던

그 시절에는 바로 윗반인 사집반의 시간도 머나먼 미래로 생각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하던 간경시간, 공포스러운 상강례 시간 ~~~~

안거 철에 들어가면 두 다리, 두 팔 후들거리며 해야만 했던 발우공양의 행익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지지 않으려나 ~~~~가슴 조이며 일분일초를 지내던 그런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그리도 더디고 더디게 흐르던 시간이었으나 시간의 멈춤은 현실이 아니었고

결국 일 년 뒤 사집반이 되었으며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치문반일 때 보이지 않던 많은 것들이 눈에 보였고 행동을 할 수 있었던 사집반 생활.

지금도 기억나는 공포 그 자체 ~~~~창불하던 첫날.

사교반 스님들의 많은 격려를 받으며 용기를 내고 또 내며 했던 첫 창불.

미칠듯한 심장의 박동소리를 귀로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어찌 그리도 눈앞이 하얗게 변할 수 있는지...

입술은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운데 예불 대기시간은 그날따라 참으로 빨리 지나고 있었다.

드디어 내종소리가 끝나고 창불을 시작했다. 당황하지 말라고 창불자가 보는 예불문을 적은 판이 있었는데

등 뒤에서 후창이 시작되자마자 그리 큰 글씨가 순식간에 보이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식은땀은 야속하게도 가사와 장삼을 모두 흥건히 적시고

어느 부분에서 앉아야하고 어느 부분에서 일어서야하는 것인지 도무지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그렇게 대중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이토록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사집반 창불시간이었다.

수많은 대중들 앞에서도 평정심으로 대중들을 이끌 수 있는 용기를 배우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몸으로 느끼는 공포스러움은 일 년 동안 지속되고 있었다.

사집반으로서 아래 치문반을 이끌어야하고 소임을 살아야하고 또한 그에 따르는 책임도 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만 갔고 꿈에도 그리 원했던 사교반이 되었다.

경전을 접해보는 우리들은 어찌나 뿌듯했던지, 드디어 부처님 경전을 직접 공부하게 되었다는 자부심 ~~~~

그래서인지 한껏 목에 힘을 주고 지냈던 사교반 시절이었다.

능엄경 금강경오가해 대승기신론 유식 등 많은 경전들과 씨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처음 해보는 논강도 흥미진진했던 기억이 있다.

치문반, 사집반 시절보다 더 많은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강원이라는 곳에서의

낭만도 느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점점 빠르게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마치 기차가 출발하면서 서서히 속도가 빨라져

나중에는 일초에 몇 십 미터를 순식간에 가듯, 우리가 느끼는 시간 역시 최고속도를 향해 달렸다.

감로당에서의 일년을 그리 지내고 우리는 오지 않을 듯 생각했던 최고학년 대교반이 되었고 화엄경이라고 하는 ~~~~

 

경전에서의 꽂 중의 꽃이라 불리는 경전을 접하게 되었다.

매시간시간 강주스님께서 들려주시는 화엄경의 강설은 듣고 들어도 너무도 감동 그 자체였다.

다가오는 3월에는 이 정든 곳, 통도사를 떠나야한다.

이 시간을 위해 내달렸건만 정작 눈앞에 와있는 졸업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다는 것을 느껴본다.

4년 동안 아웅다웅 미운 정 고운 정 들며 지냈던 나의 도반들 ~~~~

그리고 어느 곳 어느 때에서도 우리들에게 정성을 다해 합장인사를 아끼지 않았던 이름 모를 보살님들 ~~~~

마음을 다해 우리들에게 경전 강의해주시던 강사스님들 ~~~~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할 화엄경을 우리들에게 가슴 가득 전해주신 강주스님 ~~~~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지난 시간과 공간들을 기억의 한편으로 남긴 채 많은 것들을 차분하게 정리해야하는 시점에서 어느 것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가슴에 남기려 해본다.

좀 더 충실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듯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겨울 찬바람은 통도사를 휘감고 돈다.

푸르른 소나무의 기백을 온 가슴으로 품은 채 흐르는 물가의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낸

조약돌처럼 어떠한 고난에도 굴하지 않으며 사바세계의 인연 있는

많은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정법을 전하고 또 전하는 통도사 강원 졸업생이 돼보려 한다.

정해진 종착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들 앞에 놓인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를 울리며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영축산인으로 거듭남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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