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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승가대학(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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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지/학인마당] 2016년 7월 금린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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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16-07-17 00:00

본문

이어 

        나간다는 것

 

 

마음을 하나로 묶어 오래 이어 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 아닐까합니다.

다양한 성격의 소유자들과 함께 두세 시간씩 잠자고 연습에 매진하는 걸그룹들,

원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몇 번이고 연습하는 영화 배우들,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함께 모여 연구하는 연구원들,

세상 만사는 一心에 의해 돌아가지 않을까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치문반에 입방한 금린이라고 합니다.

저는 출가하기 전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려고 가끔 거리를 걷곤 했습니다.

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1월의 어느 날, 자동차의 경적소리, 화려한 네온 싸인이 반짝이며 k-pop이 흘러나오는 상점들,

각자 목적이 있든 없든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 어울리든 어울리지 않든 서로 짝을 맞춰 걸어가는 커플들,

두세명씩 모여 깔깔거리며 웃고가는 여고생들, 이런 진부한 풍경 속의 거리를 걷던 중 그 날 만큼은 좀더 깊은 고민에 빠졌었습니다.

이제는 무언가 변화해보고 싶은, 다른 세상을 추구해보고 싶은, 마음을 하나로 잡고 싶은 마음이 일어났었습니다.

프랑스의 한 유명한 소설가는 인생의 결정은 50년은 고민해 봐야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저에겐 생각의 여유가 그리 많지 않았나봅니다.

2월에 영축산문에 들어서자 마음이 씻겨나가는 듯한 상쾌함을 느꼈었지요.

뿐만 아니라 이어폰을 꼽고 선글래스를 끼고 운동하는 처녀, 다정하게 손 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딸아이를 목마 태워 걸어가는 아빠,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통도사가 주는 낭만에 젖어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감미로운 원두커피향이 가득한 방안에서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이 보이는 분과 담소를 나누었고 곧 첫 인연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통도사로 들어온 후 머리에 각인이 될 정도로 뚜렷한 글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하심’, ‘묵언이었지요.

초심의 수행자가 지녀야 할 필수 덕목이었습니다. 아마도 사람이 제일 지키기 힘든 것이 묵언과 하심이 아닐까 합니다.

얼마 후 10가지 수칙이 보이는 곳에서 저의 행자 생활의 첫 걸음이 시작되었습니다.

행자수행기간 중 눈에 띄는 현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도미노 현상이었습니다.

옛말에 승법은 군법보다 강하다고 했던가요, AB에게 자비를 베풀면 BC에게 자비를 베풀고

최종적으로 E까지 애틋한 자비가 쏟아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스님들의 무한한 자비를 받으면서 어느새 9월이 되었고

저는 사미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잠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 당시엔 왜 그리 힘들었는지.. 행자반장이라는 소임을 맡아서 그런지 기습자비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속수무책으로 기뻐해야 했지요.

말사에서의 6개월이라는 시간은 제 자신을 많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도끼질과 지게질도 해보고 산도 여러번 타봤습니다. 염불할 때 목소리가 작으면 따끔한 경책도 받곤 했었습니다.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는 얘길 수없이 듣고 자랐지만 수행자의 길도 그리 호락하지는 않아보였습니다.

때로는 염불하는 스님, 때로는 경영자, 때로는 포교, 때로는 상담사, 때로는 지식인 등 여러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스님이 이 시대의 진정한 수행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강원에 입방한 후 봄산철 치문 반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철저한 원리 원칙에 입고하여 돌아가는 강원이 준 첫 선물이었습니다.

아직 속세의 때가 많이 묻어 있는 저에게 치문반장이라는 소임은 너무 과분한 선물이었습니다.

습관이라는 것은 참 고치기 힘든 것 같습니다. 플라이 투 더 스카이가 부른 습관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이성에 관한 집착이 아니라 모든 생활습관을 바꿔야 하는 곳이 강원이기 때문이지요.

원이 강제성을 띠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 같습니다.

바닷가의 모난 돌들도 파도와 함께 하는 세월의 수행 속에 점차 둥글게 깎여지듯이

언젠가 저를 포함한 모든 도반들도 새삼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수행의 길은 멀고도 힘들겠지만

환희의 눈물을 흘리는 그 날까지 포기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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